[기획 심층보도]“PD로 살았고, PD로 싸웠다”

- 유고운 PD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산재 투쟁의 숙제

- 과로로 사람이 죽어도, 제도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 동시대 역사에 남을 헌정추모영상과 추모액자를 제작하기로

 

유고은PD(사진제공=유가족)

 

 

 

[학생신문사=김준연 기자] 2025년 10월 3일 새벽, 방송가에 또 한 번의 비보가 전해졌다.
대교어린이TV 출신 “유고운 PD(45)” 가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
3년간 이어진 난소암 투병의 종착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한국 방송 

노동 현실의 냉혹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유고은 PD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방귀대장 뿡뿡이>제작

참여를 하였고 케이블방송 대교TV에 헌신적인 업적으로 많은 PD들의 귀감과 존경을 받아 온 인물이다.    

 

 

■ 25주 600시간, 그리고 불승인된 산재
 

유고운 PD는 2022년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은 뒤에도 제작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방송은 제 인생이고, 

아이 같다”는 말처럼, 그는 병을 숨기며 프로그램 제작을 이어갔다. 그러나 진단 직전의 노동기록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진단 전 25주 동안 초과 노동시간만 600시간을 넘었다.
하루 평균 12시간이 넘는 근무였다. 그는 퇴사 후 공단에 업무상 질병(산재) 인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은 “과로와 난소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일반적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즉, 공단은 “그녀의 암이 

노동으로 인한 결과라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유 PD의 동료들은 “누가 600시간 초과근무를 하고도 병이 나지 않을 수 있느냐”며 공단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 죽음 직전까지 준비한 ‘최후 진술’
 

유고운 PD는 불승인 통보 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병상에서도 행정소송을 준비하며, “이건 나 하나의 싸움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신의 경험과 심경을 담은 최후 진술 영상을 촬영하려 했고, 

동료 PD들에게 “PD들이 더 이상 이렇게 일하지 않게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이 싸움이 나로 끝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 이후 동료 제작인들은 추모와 함께 

‘유고운 PD 산재 재심 청구 추진위원회’ 결성을 논의 중이다.

 

 

■ 과로·암 인정 문턱, 여전히 높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이유는 “난소암은 업무와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명확성’이라는 문턱이다. 노동자가 과로로 암에 걸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일본·독일 등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암·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는 통계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산재 심사 체계는 여전히 “의학적 완전 입증”이라는 높은 허들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이 구조에서는, 과로에 시달린 노동자일수록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싸울 체력조차 잃게 된다.
유 PD가 남긴 “공단은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만 본다”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 방송 현장의 관행, “건강보다 마감이 먼저”
 

유 PD의 동료 PD들은 그의 죽음을 “예고된 사고”로 본다. 방송 제작 현장은 오랜 시간 ‘마감至上’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야간 촬영, 편집 마감은 일상이었다.
특히 프리랜서나 외주 제작 인력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송사도, 협력업체도, ‘프로그램이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다 묵인했어요. 유 PD의 죽음은 시스템이 만든 죽음이에요.”
한 동료의 증언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했다.

 

 

■ 남은 싸움, 남겨진 과제
 

현재 유 PD의 유족과 동료들은 산재 재심 청구 및 행정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다. 법률대리인 측은 “공단의 판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훼손한 결정”이라며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가 신체 면역 체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 산재가 아니라,
한국 방송·미디어 업계 전반의 노동 구조 개혁을 촉발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로·암 인정을 둘러싼 기준 재정비와 공단의 결정 과정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유고은 PD 마지막까지 “그녀는 싸우다 갔다”
 

유고운 PD는 생의 마지막까지 ‘PD로서 싸웠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도 후배 PD들에게 “건강 검진을 미루지

말라”고 말했다. 동료들은 이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그녀의 싸움이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로로 사람이 죽어도, 제도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2025.10.4 서울성모병원장례식장 빈소를 찾은 김준연PD 겸 기자(학생신문사 방송미디어위원회 위원장)는

의해서 유고은PD 생전 업적을 기르는 ‘추모영상’과 ‘추모액자’를 제작 해드리기로 유가족분들과 약속하였다. 

 

안타까운 소식을 취재하며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기 위해 상기 사건을 ‘법무법인 우성의 오승준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의 김순태 전문위원(하도급 최고위원/전 대림건설 법무팀장)’에게 법률적인 자문을 얻기로

하였다.   

 

 

 

 

김준연 기자/사회·노동·정치 담당

작성 2025.10.04 23:01 수정 2025.10.0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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