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우리 지갑은 친환경 마크만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30대 초반 소비자 김지영 씨의 말이다. SNS에선 ‘친환경’이라 쓰인 제품이 실제로는 플라스틱 포장이 과하고, 재활용 처리 체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한때 기업이 제품 포장이나 인증마크 하나만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MZ세대는 단순한 슬로건에 머무른 친환경이 아닌, 기업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자원 순환·폐기물 절감·탄소배출 저감에 나섰는지를 본다.
디지털 세대답게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고, 기업의 친환경 스토리와 실행 간 간극을 발견하면 금세 반응한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로 소비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증 마크나 캠페인 문구만으로는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
MZ세대의 소비 윤리, 환경이 아닌 실행과 의미를 본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며 사회·환경적 가치를 소비 판단에 반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컨대, 2021년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68.8%가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을 보였고, 가격·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고르겠다는 비율이 약 71.0%였다.
또한, ‘무엇이 한국의 MZ세대를 친환경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가?’라는 연구에서는 친환경 소비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환경효능감’으로 나타났으며(78.3%), ‘건강지향’이 뒤를 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MZ세대는 ‘제품이 친환경인가’보다 ‘내 행동이 환경에 의미 있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 기업이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중요시한다. 단순히 인증마크가 붙었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환경경영을 일회성 이벤트로 처리했느냐, 아니면 체계적으로 내재화했느냐가 판단기준이다.
또한 2024년 삼정KPMG의 ‘리퀴드 소비’ 보고서는 MZ세대가 ‘기업의 윤리성·친환경성·투명성’ 등을 높은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배경에는 기후위기, 저성장·고실업 환경 속에서 자란 MZ세대의 경험과 디지털환경 속 빠른 정보 유통이 있다. 그 결과 소비자는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닌 ‘믿을 수 있는 기업’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업의 ‘말’과 ‘실천’ 사이 – 그린워싱에 대한 경계
마케팅 전문가들은 MZ세대를 “브랜드의 약속과 현실을 비교하는 검증자”라고 평가한다. 기업이 친환경 메시지를 내놓으면 소비자는 광고를 넘어 실제 생산·공정·공급망을 들여다본다.
예컨대, 영국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3분의 1이 기업의 친환경 홍보를 ‘과장되었다’고 의심했다.
이 사실은 친환경 마케팅이 그 자체로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국내 조사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및 친환경 활동이 MZ세대의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CSR‐친환경 활동 인식이 MZ세대의 구매의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 결과가 나왔다.
즉, MZ세대는 기업이 환경을 위해 ‘어떤 결과’를 냈는가, 또는 그 결과를 향한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했는가’에 보다 주목한다. 인증마크 하나라도 실제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장·캠페인 중심의 친환경보다 공급망·에너지사용·재활용률 같은 실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ESG 경영, MZ세대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
이제 환경경영은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 경쟁력이 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ESG 평가 점수는 2022년 평균 2.0~2.2점에서 2024년 4.6~4.8점으로 상승했다.
이는 환경 부문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MZ세대는 소비자이자 동시에 기업 내부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들은 직장에서도 “회사가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진정으로 생각하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실제로 2025년 보도에 따르면, Z세대·밀레니얼 세대 중 63~65%가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기업이 MZ세대를 중시한다면 단순히 친환경 캠페인을 반복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투명성: 친환경 인증마크나 캠페인보다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예: 재활용률, 탄소배출량, 공급망 정보)를 공개
지속성: 일회성 캠페인 아닌, 장기간에 걸쳐 환경경영을 기업문화로 내재화
소통: 소비자(특히 MZ세대)에게 기업의 한계와 개선 과정을 숨기지 않고 공유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MZ세대의 ‘진심을 본다’는 요구에 응답하는 길이다.

‘진심’이 곧 브랜드의 미래다
인증 마크가 만능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진실된 태도―즉, ‘이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가’가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MZ세대는 광고 문구나 인증 배지보다는 그 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제시하고, 어떤 실천을 지속했는지를 본다. 그들은 브랜드를 ‘소유’하기보다는 ‘공감’하고 ‘함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기업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환경경영을 하는가?”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실질적 변화를 만들었는가?” 그 답이 진정성이라면, MZ세대는 당신의 브랜드를 열렬히 지지할 수 있다.
반대로 말뿐인 친환경은 역풍이 될 수 있다. 검증 가능한 실행과 투명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독자 여러분께도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이 다음에 제품을 살 때, ‘친환경 인증 마크’만 보고 결정하는가? 아니면 기업의 환경경영 실행과 정보를 들여다보는가?
브랜드의 진심이 시장의 생존을 좌우하는 지금, ‘인증보다 진심’이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