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교육정책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학생 학습과 평가를 넘어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2026년 6월 발표한 ‘교육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은 교육 디지털화와 AI 활용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사의 비교육·비수업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중국 교육부가 8월 들어 교사 업무경감 문제를 다시 강조한 것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학교 현장의 부담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각종 통계 제출, 안전점검, 빈곤·복지 조사, 지역행사 지원, 학생가정 방문기록과 온라인 시스템 입력을 담당해 왔다.
행정기관이 비슷한 자료를 서로 다른 양식으로 반복 요구하거나 학교가 지역사회의 각종 캠페인에 동원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수업을 연구하는 시간보다 문서와 사진을 제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는 비판이다.
중국은 이미 2019년 교사 업무경감 지침에서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을 활용해 “정보가 더 많이 이동하고 교사는 덜 뛰어다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가스마트교육플랫폼과 지역별 학교업무 시스템이 구축됐지만 디지털화가 업무를 없애지 않고 종이문서와 온라인 입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중 행정’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AI가 교사를 돕기 위해서는 업무의 종류부터 구분해야 한다. 출결·시간표·시설예약·반복 통계처럼 규칙이 명확한 업무는 자동화하기 쉽다. 학생의 학습기록을 정리하거나 가정통신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학생의 위기상황, 생활지도와 진로상담은 인간 교사의 판단과 책임이 필요하다.
가장 큰 위험은 AI가 업무를 줄이기보다 새로운 평가와 감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수업 영상을 분석해 교사의 발언과 학생 반응을 점수로 표시하거나, 온라인 입력 실적을 교사평가에 활용한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정량화하기 쉬운 활동만 늘어나고 학생과의 관계처럼 중요한 부분은 평가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정보 보호도 핵심이다. AI 행정시스템에는 성적, 출결, 건강, 가정환경과 상담기록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다. 외부 기업의 클라우드와 모델을 이용할 경우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최종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돌려서도 안 된다.
한국 학교의 상황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는 수업과 평가 외에 공문 처리, 학생생활지도, 학교폭력, 안전교육, 각종 조사와 행사를 담당한다. 나이스와 에듀파인 등 전산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행정업무의 총량이 충분히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생성형 AI로 생활기록부 문장이나 평가자료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검토 없이 사용하면 학생별 특성이 사라지고 비슷한 표현이 반복될 수 있다. 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하거나 편향된 평가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교사가 최종 확인하는 절차와 사용범위에 대한 학교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
한중 양국 모두 AI 도입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업무를 폐지하는 것이다. 의미 없는 보고서와 중복 조사를 그대로 둔 채 입력만 자동화하면 행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될 일’, ‘시스템이 처리할 일’, ‘교사가 판단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 단위의 대규모 플랫폼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지역과 학교의 자율성이 부족하면 동일한 양식이 모든 학교에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학교별 상황을 반영하기 쉽지만 교육청과 부서별 시스템이 분리돼 자료를 반복 입력하는 문제가 있다.
바람직한 교사용 AI는 교사를 대신해 학생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여러 기관에 제출할 자료를 한 번에 정리하고 수업자료 탐색과 평가 초안을 지원하며, 교사가 학생에게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여야 한다.
AI교육 정책의 성공 여부는 학교에 몇 개의 AI 프로그램을 공급했는가가 아니라 교사의 수업준비 시간이 실제로 늘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기술을 도입한 뒤 업무시간, 중복입력과 교사의 만족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공개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일은 교원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더 세심한 피드백과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교육정책이다. AI가 학교에 가장 먼저 제공해야 할 혁신은 화려한 가상교실이 아니라 교사가 다시 학생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














